비큐나를 단순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원단’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피아젠자는 페루 남부의 아레키파와 아야쿠초에서 최상급 비큐나 섬유를 직접 선별합니다. 

섬유의 산지와 이동 과정을 추적하고, 현지 공동체와 동물의 보호까지 원료 생산의 중요한 일부로 관리합니다.

안데스 고산지대에 야생으로 살아가는 비큐나는 

전통적인 ‘차쿠(Chaccu)’ 방식으로 안전하게 포획해 털을 깎은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매우 적으며, 

그중 원단에 사용할 수 있는 부드러운 언더코트만을 다시 골라냅니다.

이렇게 얻어지는 섬유의 굵기는 약 12마이크론.

일반적인 캐시미어보다도 가늘고 가벼우며, 표면에는 강한 광택 대신 깊고 은은한 빛이 흐릅니다. 

손으로 쥐었을 때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지만, 

놓는 순간 다시 차분한 표면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은 비큐나 원단의 인상입니다.


그러나 귀한 섬유가 반드시 좋은 슈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큐나는 매우 부드럽고 섬세하기 때문에 

원단에 지나친 힘이나 열을 가하면 본래의 표정이 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무거운 부자재로 형태를 억지로 세우거나 과도한 다림질로 선을 만드는 방식 역시 이 원단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번 슈트에서 테일러블은 구조를 드러내기보다 

비큐나가 가진 자연스러운 낙차와 깊이를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앞판의 무게를 조절하고, 라펠은 부드럽게 굴리며, 가슴과 어깨에는 필요한 만큼의 형태만 남겼습니다. 

눈에 띄는 장식보다 원단의 표면과 실루엣이 먼저 보이도록 한 것입니다.

재단과 봉제보다 더 조심스러운 과정은 프레싱입니다. 

온도와 수분, 압력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도 슈트에 필요한 윤곽은 분명히 만들어야 합니다. 

비큐나 비스포크는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부드러운 원단에 정확한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두 하우스의 관계 역시 단순히 원단을 공급하고 선택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오랜 교류를 통해 원단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나누고, 

특별한 소재가 어떤 옷으로 완성되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왔습니다.

피아젠자의 비큐나 원단이 세계에서도 소수의 메종과 비스포크 하우스에서만 다뤄지는 이유는 

희소성과 비싼 가격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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