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낮의 공기에는 여름이 남아 있지만,
옷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계절은 조금 먼저 시작됩니다.
가을과 겨울에 입을 옷은 날이 차가워진 뒤에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앞서 원단을 살펴보고 색을 정하며 천천히 준비하게 됩니다.
두꺼운 재킷과 캐시미어 팬츠, 그리고 코트를 다시 꺼내 입을 계절을 생각하며
이번에도 몇 가지 옷을 미리 지었습니다.
이번 스타일링은 그렇게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며 만든 세 가지 옷에서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옷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색은 Slate Color.
회색과 푸른색의 중간쯤에 있는 차분한 색을 중심으로 재킷과 팬츠, 코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수리 알파카와 울이 블렌드된 독특한 구성의 원단으로
사진만 보면 비교적 담백한 체크 재킷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Suri Alpaca 특유의 길고 부드러운 섬유가 표면에 자연스러운 헤어리함을 만들고,
울이 형태를 잡아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매우 가볍고 포근합니다.
완벽하게 정돈된 원단이라기보다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흐릿한 표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불완전한 표정이 겨울의 옷을 더욱 아름답게 만듭니다.
이 원단으로 만든 재킷에는 단단한 구조를 억지로 더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구조물을 덜어내고 원단 자체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살아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어깨는 자연스럽게 내려오고,라펠은 힘을 주기보다 가볍게 굴러갑니다.
겨울 재킷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겁고 단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셔츠와 니트 위에 가볍게 걸쳐도 좋고,조금 더 격식을 갖춰야 할 때에는 트라우저와 함께 입어도 충분한 옷
이번 스타일링에서는 재킷 안에 들어 있는 슬레이트 컬러의 체크 라인을 따라 전체 옷차림을 연결했습니다.
팬츠 역시 같은 계열의 슬레이트 컬러로 제작했습니다.소재는 Cashmere.
캐시미어를 코트나 니트가 아니라 트라우저에 사용하면 조금 다른 감각이 생깁니다.
울 트라우저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면과 걸을 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드레이프.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만 느껴지는 은은한 깊이가 있습니다.
색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소재가 같은 색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가입니다.
알파카의 슬레이트,캐시미어의 슬레이트. 같은 계열의 색이지만 빛을 받는 방식도, 촉감도, 깊이도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옷차림이 더 풍부해집니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Alashan Cashmere Overcoat를 더했습니다.
차가운 계절에는 결국 가장 바깥의 옷이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이번 오버코트 역시 강한 대비를 만들기보다는
팬츠에서 시작된 슬레이트 톤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선택했습니다.
재킷의 베이지 컬러가 안쪽에서 따뜻한 빛을 만들고,슬레이트 캐시미어 팬츠가 중심을 잡고,
푸른 기운이 감도는 캐시미어 코트가전체를 한 번 더 감싸줍니다.
멀리서 보면 단정하고 조용한 옷차림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알파카의 긴 섬유와 캐시미어의 표면,헤링본 조직과 체크 패턴,
서로 다른 회색과 푸른색이 겹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의 겨울 풍경을 서로 다른 세 가지 질감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겨울,검정이나 네이비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브라운보다 조금 더 도시적인 색을 찾고 있다면,
Tailorable이 제안하는 Slate Color를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옷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입고 싶게 만드는 조용한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TAILORABLE
Made in Seoul.

